전차보다 데이터, 미사일보다 소프트웨어…AI가 다시 쓰는 전쟁의 법칙
열병식. 줄 맞춰 행진하는 보병들과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전차와 미사일같은 전략 무기, 그리고 그것을 사열하는 지휘부까지. 지금까지 국가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열병식은 지난 100년 넘는 시간동안 언제나 같았다. 그런데 8월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흐레샤티크 거리의 열병식에는 병사가 없었다. 전쟁 이후 처음으로 열병식을 가진 우크라이나의 거리를 가득 채운 것은 단지 기계뿐이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독립 35주년인 24일(현지시각) 공개한 영상에는 완전 무장한 무인 군용 차량 수십대가 수도 중심가를 통과하는 장면이 담겼다. 하늘에는 무인항공기가 집단 비행을 선보였고 드니프로 강에서는 무인수상정이 수면을 갈랐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4년 만에 열린 첫 군사 퍼레이드는 이렇게 사람은 없이 기계만으로 채워졌다. 우크라이나의 열병식을 단순히 전시 국가의 선전물로 넘겨볼 수 있을까? 열병식 한 달 전, 7월 6일 자포리자에서 러시아 드론 한 대가 주유소 인근 벽에 충돌해 폭발하며 민간이 3명이 숨졌다. 최종 타격 명령을 내린 조정사는 없었다. 기체가 스스로 표적을 정하는 AI 무인기였다. 실제 우크라이나 조사팀이 잔해에서 회수한 것은 엔비디아(NVDA)의 젯슨 오린 미니컴퓨터였다. 대학 로봇공학 실험실에서 쓰이는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범용 AI 보드다. 분석해보니 암호화조차 되어 있지 않아 지형 인식용 이미지와 객체 탐지 코드가 그대로 읽혔다. 카테리나 본다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와드와니 AI 센터 선임연구원은 이에 "러시아가 자율형 AI를 실험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는 8월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무기 체계가 윤리적 한계선에 근접했다"가 경고했다. 전쟁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