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CE 폭력 사태 일파만파: 한국은 '비자없이 투자없다'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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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6.01.27 23:18 PDT
미 ICE 폭력 사태 일파만파: 한국은 '비자없이 투자없다' 대응해야
지난 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의 총격에 사망한 간호사 알렉스 프레티의 추모행렬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출처 : CBC 캡처)

[미국 대격변] 미 ICE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망 충격 ... 기술계 종사자 연대 서명
트럼프 2기 '밀월 관계' 기업 CEO들에 '침묵 깨라' 촉구
'행동주의' 사라진 실리콘밸리... '우경화'된 CEO 향한 비판

미국의 강경한 이민 단속이 한국 기업과 교민 사회의 리스크로 재부상하고 있다.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ICE 총격 사망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단속 여파가 실리콘밸리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공장과 데이터센터 현장까지 번지고 있는 것. 문제는 이 같은 충격에 대응할 한국의 제도적·외교적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출처 : 아이스아웃.테크(ICEout.tech))

사태의 발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보훈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던 미국 시민권자 알렉스 제프리 프레티(37)가 ICE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연방 당국은 프레티가 요원을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와 상반되는 현장 영상이 확산하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1월 한 달간 총격으로 사망한 시민만 2명에 이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이민 단속 정책이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ICE의 강경한 이민단속 여파는 실리콘밸리 기술업계로도 확산됐다.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건 이후 글로벌 기업과 CEO들이 침묵하면서 기술업계 종사자들이 ICE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에 따르면 구글, 메타, 아마존, 오픈AI, 세일즈포스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종사자 450여 명은 ICE의 활동에 반대하는 공동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CEO들이 직접 백악관에 항의하고, ICE의 도시 철수와 더불어 해당 기관과의 모든 비즈니스 계약을 즉각 취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이니셔티브를 주도한 '아이스아웃.테크(ICEout.tech)' 측은 "기술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잔혹 행위에 반대하며, 업계 리더들이 보유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동주의' 사라진 실리콘밸리... '우경화'된 CEO 향한 비판

업계 내부에서는 특히 기업 수장들의 '선택적 침묵'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트럼프 1기 당시 이민 및 인종 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것과 달리, 2기 체제에 들어선 현재 대다수 CEO가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현안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반면 아마존, AMD, 애플 등 일부 임원들은 총격 사건 직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다큐멘터리 시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의 공분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CEO들이 부유세나 기술 규제 등 기업 이익과 직결된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보편적 인권 문제인 공권력 과잉 진압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며 "과거 실리콘밸리가 보여준 사회적 책임과 행동주의가 퇴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 넘은' ICE 단속에 AI 석학들 격분... 빅테크 데이터센터까지 '급습'

그간 정책 현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기술계의 세계적 석학들까지 이례적으로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으며, ICE의 단속 칼날이 실제 빅테크의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까지 겨누면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메타의 전 수석 AI 과학자 얀 르쿤은 자신의 소셜미디어(X)를 통해 ICE를 향해 "살인자들(Murderers)"이라는 파격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제프 딘 수석과학자 역시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가세했다. 그는 "연방 요원들이 상황을 불필요하게 악화시켜 무방비 상태의 시민을 처형했다"며 "이 사안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모든 이가 규탄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 또한 "모든 미국인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시민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ICE의 강경 행보는 실제 산업 현장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최근 ICE는 루이지애나 소재 메타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을 단속해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출신 운전자 2명을 체포했다.

ICE 측은 시설 내부 진입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업계는 이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기조와 '미국 우선주의 AI 패권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의미있는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ICE는 조지아주 소재 현대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을 체포·추방한 바 있다. 주요 제조 및 기술 거점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단속은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숙련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게 한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메타는 ICE 요원들의 신원 정보를 공개하는 '아이스리스트(ICE List)'의 웹사이트 링크 공유를 차단하면서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ICE List는 지난 6월부터 국토안보부(DHS) 소속 ICE 요원들의 신원 정보를 수집·공개해온 웹사이트다. 5명의 핵심 팀과 수백 명의 익명 자원봉사자가 운영하며, ICE 요원들의 활동을 추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6개월간 아무 문제 없이 공유되던 이 사이트의 링크가 지난 월요일 밤부터 갑자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에서 차단됐다. 플랫폼마다 "스팸", "커뮤니티 표준 위반", "링크 허용 불가" 등 각기 다른 차단 이유가 제시됐다.

도미닉 스키너 아이스리스트 제작자는 "트럼프 취임식에서 그의 뒤에 앉았고 백악관에 기부한 남자(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운영하는 회사가 ICE 요원들의 익명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입장을 취한 것은 놀랍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메타 측은 "개인 식별 정보 공유 금지" 및 "타인의 개인 식별 정보를 요청하는 콘텐츠 금지" 정책 위반이라고 해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테크업계 CEO들 (출처 : Shutterstock, 편집: 더밀크 김현지)

타겟·3M 등 60개 기업 연대 서명... 내부 직원들 "미온적 대응" 반발에 '긴장'

침묵을 지키던 기업 수장들이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 지역에 본사를 둔 유통·제조 거물들까지 가세하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 이슈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시험대로 부상했다.

그간 관망세를 유지하던 기업 CEO들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비판에 동참했다. 조시 밀러 브라우저 컴퍼니 CEO는 "이번 사태는 미국이 무엇을 대표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라며 "우리 모두가 이것이 잘못됐음을 알고 있으며, 지금은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크리스 올라 앤트로픽 공동창업자는 "연방 요원이 명백한 이유 없이 보훈병원(ICU) 간호사를 살해한 것은 인간의 양심을 충격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공권력의 폭주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의 발단인 미네소타주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도 더 이상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공동 대응에 나섰다. 타겟(Target), 3M, 베스트바이(Best Buy),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 메드트로닉(Medtronic), 유나이티드 헬스 등 미네소타 대표 기업 60여 곳의 CEO들은 당국과 주정부의 긴밀한 협력 및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연명했다. 이들은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와 시민사회와의 갈등 해소를 요구하며, 현재의 극단적인 대립 국면이 지역 사회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가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유통 거물 '타겟(Target)'의 경우, 사측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일부 직원들이 안전 우려를 제기하며 출근을 거부하는 등 내부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악시오스(Axios)는 "단순한 긴장 완화 촉구 수준의 서한으로는 지역 직원들과 활동가, 미네소타 주민들의 분노를 달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기업 총수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번 사태의 잠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미 당국 관계자들이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 한국인 직원들의 신분을 검사하고 있다. (출처 : 페이스북 )

더밀크의 시각: 한국도 영향권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은 관세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악화된 대외 환경을 반전시키기 위한 무리수에 가깝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다.

지난 26일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로, 1월 중순(41%)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조사 대상은 미국 성인 1,139명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과 교민사회 역시 ICE(이민세관단속국) 집중 단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시민권마저 박탈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ICE의 대규모 단속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보완이나 전용 비자 신설 논의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배터리, 조선, 반도체 등 전략 산업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현장에서는 무차별 단속이 이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환율 관련 한국 정부 발언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 및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압박까지 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 당국의 교민·기업 보호 가이드라인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ICE 단속 시 즉각적인 영사 조력이 가능하도록 핫라인을 강화하고, 현지 진출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단속으로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법적·외교적 보호망을 갖춰야 한다. 지난해처럼 사후 수습에만 매달리는 대응으로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식 단속을 감당할 수 없다.

아울러 '신분 안정없이 투자없다(No Visa, No Investment)’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배터리·조선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한국 전용 전문직 비자(E-4) 신설, 또는 이민 단속 예외 적용과 명확히 연계해야 한다. “한국의 투자는 미국의 AI 패권과 일자리 창출에 필수지만, 숙련 인력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관철시켜야 한다.

동맹국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은 결국 지속력을 잃는다. 이미 관세 전쟁의 후폭풍은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한미 경제 협력이 일방적 요구가 아닌 상호 이익의 교환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투자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보호와 제도적 장치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지금의 ICE 단속 문제는 한미 동맹의 실질적 성격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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