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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현지시각), 엔비디아(NVDA)의 실적 컨퍼런스콜이 시작된 지 20분쯤 지났을 때 시장의 방향이 극적으로 바뀌었다.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028 회계연도 매출이 약 70%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직후였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는 45% 수준이었다. 1년후에는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봤던 시장의 우려를 한번에 씻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주가는 요동쳤다. 직전까지 시간외 거래에서 1% 이상 하락하던 주가는 4.7%나 상승하며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놀라운 반전이었다. 그런데 이번 주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는 전혀 다른 숫자가 논의되고 있다. 5.337%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8월 18일(현지시각)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28일 역사적인 잭슨홀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엔비디아의 2028년 매출 성장률 70%와 10년 만기 국채금리 5.337%. 서로 완전히 무관한 듯한 이 두 숫자가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연관고리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에서 AI 사이클의 시간표를 1년 더 연장했다. 그리고 채권시장은 바로 그 '연장된 시간'의 가격을 19년 만에 가장 비싸게 매기고 있다. 이 두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AI 생태계가 이제 자력으로 이끌어갈 동력이 고갈되고 신용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리스 정 2026.08.27 12:26 PDT
지능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왔다. 2023년 AI에게 원고지 한 뭉치 분량의 글을 쓰게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토큰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품질의 결과물을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값에 얻을 수 있다. 실제 에포크 AI(Ephoch AI)가 성능 구간별로 집계한 결과, 같은 수준의 AI를 쓰는 비용은 해마다 무려 9배에서 900배까지 떨어졌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90%가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다. 상식대로라면 기업의 AI 비용도 함께 줄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글로벌 IT 비용관리 단체인 핀옵스 파운데이션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한 곳이 1년에 쓰는 AI 예산은 2024년 120만 달러에서 올해 700만 달러로 불어났다. AI 데이터 부문은 현재 기업 지출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항목이다. 일부 포춘500 기업은 한 달 AI 비용만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값은 내리는데 사용하는 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본스의 역설'이 발동한 것이다. 값이 싸지니 더 많이 더 자주 쓴다. 전기요금 단가가 내려가면서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는 것과 같은 일이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트라이프가 80억 달러로 오픈라우터를 인수, '토큰 경제의 길목'을 잡는 결정적인 한 수를 던졌다.
크리스 정 2026.08.26 16:31 PDT
혁신은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혁신을 사는 가격도 함께 올랐습니다. 인간은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가 이번 주 발표됐습니다. 바로 머크와 모더나가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 3상 임상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놀라운 소식으로 모더나의 주가는 하루 만에 176%가 폭등했고 수 십 년간 '확률 게임'으로 평가받아온 바이오테크 섹터 전체에 리레이팅 논의가 불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시장의 바닥에서는 훨씬 조용하지만 더 무서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1996년 이후, 미국 30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로 뛰어오른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미국과 일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선진국 국가 국채금리가 일제히 폭등하고 있습니다. 소매판매가 감소하고 물가 압력은 옅어지고 있으며 고용시장은 사실상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데도 경제의 바이탈사인으로 인식되는 장기금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는 경기지표와 연준의 통화정책을 압도하는 다른 힘이 있습니다.두 뉴스는 별개의 소식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수렴됩니다. 암 백신도, 앤트로픽의 1조 달러 밸류에이션도, 그리고 AI 데이터센터의 천문학적 자본지출도 모두 '먼 미래의 현금흐름'을 오늘의 가격으로 사는 자산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장기금리'입니다. 이번 주는 혁신과 금리의 충돌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크리스 정 2026.08.25 10:26 PDT
드디어 인간이 암을 정복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인간이 창조한 의학이 100년 넘게 붙들어온 질문은 "암세포를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스스로 찾아내 없애도록 훈련시킬 수 는 없을까?"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암 백신'이다. 암 백신은 감염병을 예방하는 일반 백신과는 다르다. 이미 암에 걸린 사람의 면역체계에 표적을 가르치는 치료용 백신이다. 개념은 단순하지만 환자 개개인의 종양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표식을 찾아 겨냥하는 방식은 수십 년 넘게 초기 단계의 희망적 뉴스만 반복됐을 뿐 대규모 임상에서 입증된 사례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2026년 8월 19일(현지시각), 그 벽이 사상 처음으로 뚫렸다. 대형 제약사인 머크(MRK)와 모더나(MRNA)는 개인맞춤형 mRNA 암 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과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3상 임상시험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종양을 완전히 절제한 고위험 흑색종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만 쓴 환자들과 새로운 암 백신을 비교한 결과 암이 재발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다른 장기로 퍼지기까지 걸린 시간이 모두 유의미하게 길어진 것. 이는 mRNA 기반 암 치료제가 대규모 후기 임상에서 성공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장이 흥분했다. 모더나는 이르면 2027년 시판을 목표로 규제당국과 협의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모더나는 단 하루 만에 176%가 폭등하며 시장의 전례없는 흥분을 자아냈다. 시장이 열광한 이유는 흑색종 하나가 아니었다. 이번 성공이 이 기술로 흑색종 이외의 다른 암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실증했기 때문. 실제 이미 두 회사는 폐암과 방광암, 신장암에서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이 사건이 신약 하나의 성공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건드렸다는 점이다.
크리스 정 2026.08.22 09:32 PDT
글로벌 채권시장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8월 18일(현지시각) 새벽 도쿄 채권 데스크에 2.945%라는 숫자가 떴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1996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1996년, 일본이 버블 붕괴의 숙취를 막 앓기 시작하던 때였다. 같은 시간 뉴욕에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327%까지 튀어올랐다. 2007년 6월 '서브프라임 사태'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던 시기 이후 최고치다. 아이러니는 지난주 미국의 경제 지표는 모두 금리의 약세를 요구하는 데이터로 가득차 있었단 사실이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나 감소해 2025년 5월 이후 가장 부진했고 미시건대의 소비심리는 5월 이후 처음으로 꺾어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데이터 역시 예상보다 약하며 물가 압력이 옅어지고 있음을 시사했고 고용 역시 채용시장이 사실상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예고했다. 일반적이라면 부진한 경제지표는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도 이를 강하게 반영했다. 그런데 시장금리는 반대로 간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월가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의 안슐 프라단 미 금리 리서치 책임자는 이 점을 강조했다. 부진한 지표와 연준의 통화정책을 압도할 정도의 강한 압력이 존재한다는 것.
크리스 정 2026.08.18 15:48 PDT
국가와 기업 중 누가 AI를 통제하게 될까? 이 질문의 중심에 한 기업이 있다. 바로 앤트로픽이다. 7월 중순, 미 주요 방산업체 조달 책임자들의 책상에 미군의 서한이 도착했다. 9월 1일(현지시각)까지 무기와 통제 시스템에 쓰이는 '모든 소프트웨어에서 앤트로픽 제품을 제거하라'는 것. 그리고 이 요청사항을 불이행 시 국방부와의 거래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붙었다. 그런데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두 번째 서한이 도착했다. 앤트로픽 제품을 당분간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이 지침은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렸지만 결국 코미디와 같은 반전이었다. 같은 시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로픽이 9월 또는 10월 초 상장을 목표로 사전 투자자 미팅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논의되는 기업가치는 약 9650억 달러다.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정한 기업이,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사상 최대급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역설이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월가가 앤트로픽의 IPO를 단순한 밸류에이션 이벤트가 아닌 기술의 속도가 국가의 통제 능력을 앞질렀을 때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를 시험하는 무대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 정 2026.08.17 18:16 PDT
칩을 파는 회사에서, 칩을 담보로 잡는 회사.지난주 엔비디아는 아폴로와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등의 월가 자본과 손잡고 5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트 파이낸싱 플랫폼'을 출범시켰습니다. 고객은 빌린 돈으로 엔비디아의 칩을 사고, 그 칩은 다시 담보가 됩니다. AI 붐이 설비투자의 단계를 넘어 '금융'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의 질문은 두 개로 갈라집니다. '수요가 부족해 돈이라도 빌려줘 채우려는 것인가'와 '월가의 돈을 빌려서라도 시장 장악력을 늘리려는 것인가'였습니다. 하지만 답은 그 무엇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담보의 실체입니다. GPU는 감가상각이 빠른 장비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빠르게 무너지는 부품이죠. 시장의 우려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담보 가치인 GPU가 시간이 지나 쓸모가 없어지면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순환금융'은 부실금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주 네오클라우드의 실적이 여기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코어위브는 2020년 출시된 엔비디아의 GPU A100이 2029년까지 사실상 정가 수준으로 재계약됐음을 밝히며 7월에 전 제품군의 가격을 25%나 올렸다고 공시했습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GPU 병목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죠. 그 배경에는 급증하는 수요가 있습니다. 지능 디플레이션을 압도하는 '제본스의 역설'이 발동된 것입니다. 병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공급을 압도하는 수요가 6년 된 실리콘의 가격까지 떠받치고 있습니다. AI 사이클이 금융으로 확장하고 있는 지금, 여전히 시장은 '희소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정 2026.08.17 07:08 PDT
'네오클라우드 위기론'은 기우였나?7월, 코어위브(CRWV)가 전 제품군에 걸쳐 약 25%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시점이 미묘했다. 당시 시장이 믿고 있던 이야기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GPU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임대료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값이 떨어지면 마진이 축소된다. 결국 월가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흔한 장치산업으로 수렴한다고 믿었다. 여기에 메타(META)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외부에 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얹혔다. 코어위브와 같은 네오클라우드 업체에게는 최대 고객이 최대 경쟁자가 되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주가는 5월 고점에서 7월 저점까지 56%가 넘게 무너졌다. 그런데 코어위브는 그 시점에 값을 올리고 있었다.
크리스 정 2026.08.14 17:09 PDT
전쟁 물가가 빠져나간 자리를 AI 물가가 채운다. 7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공개됐다. 소비 시장의 최종 물가를 보여주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기업들의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그리고 이 두 개의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방향이 정반대였던 두 개의 기록을 보자. 하나는 상추였다. 최근 미 동부에서 시클로스포라 감염 확산으로 수요가 무너지면서 상추 가격이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이 뿐 아니라 다진 소고기 가격도 1.6%나 내려 2020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 식료품 물가가 3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액세서리는 전년 대비 21.2%나 폭등했다. 해당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높은 상승세다. 이로 인해 컴퓨터와 주변기기, 스마트홈 기기 가격도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두 품목은 같은 경제권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힘의 지배를 받았다. 상추 가격을 끌어내린 것은 위생사고였지만 식료품 가격의 하락은 소비 수요의 둔화때문이었다. 반면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가격을 끌어올린 것은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었다.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만들어낸 AI 인플레이션이다.
크리스 정 2026.08.13 14:56 PDT
8월 10일(현지시각) 엔비디아(NVDA)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블랙스톤, 블랙록, 브룩필드 자산운용, 골드만삭스, KKR과 같은 글로벌 금융 기관과 손잡고 '컴퓨트 파이낸싱 플랫폼'을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말 그대로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앞으로 몇 년에 걸쳐 5000억 달러가 넘는 외부 자금을 모으고 엔비디아 칩을 사려는 고객사들이 그 비용을 빌려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쉽게 해석하면 제품도 팔고 파이낸싱도 하겠다는 것이다. 젠슨 황 CEO는 이 플랫폼이 고객들의 연산 자원 확보를 돕고 각 산업과 국가의 AI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할 것이라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틀 전, 아레스 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 블루아울 캐피털, 골럽 캐피털 등이 운용하는 사모신용 펀드에서 이자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실 대출 비중이 최소 2021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고 보도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가 손을 뻗어 자금을 확보하려는 자와 현재 막대한 대출 손실을 겪으며 환매 요구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주체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이를 AI 인프라 생태계의 '순환금융'을 넘어 'AI 붐의 금융화'로 진화한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버블 경제의 블랙 코미디라고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크리스 정 2026.08.11 15:19 P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