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설계하는 사람들: 우리가 만들어갈 롱제비티 혁명
2021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한 스타트업에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회사 이름은 알토스 랩스(Altos Labs).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었다. 같은 해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Retro Biosciences)에 거액을 투자하며 “인간 수명을 10년 연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이미 수년 전부터 메투셀라 재단(Methuselah Foundation)을 통해 노화 연구를 지원해왔고,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자신의 재산 중 5억 달러 이상을 노화 연구에 쏟아부었다.그리고 브라이언 존슨이 있다. 이 전직 기업가는 매년 200만 달러 이상을 자신의 몸에 투자하며 인간이 생물학적 한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그는 30여 명의 의사와 전문가 팀을 고용해 하루 100개 이상의 알약을 복용하고, 수십 가지 의료 시술을 받으며, 자신의 모든 신체 데이터를 공개한다.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의 블루프린트 프로젝트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모았고, 롱제비티 운동의 상징이 되었다.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가들이 갑자기 노화와의 전쟁에 뛰어들고 있는 걸까?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그들은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수명 연장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다음 단계로 가는 열쇠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꿨듯이, 이제 그들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인 ‘시간‘을 재설계하려 한다.나는 이것이 단순한 부자들의 허영이 아니라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진화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세대가 되고 있다. 노화를 운명이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바라보는 이 거대한 관점의 전환은, 단순히 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우리가 마주한 비극적 격차여러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수많은 창업가를 만나왔다. 그들 중 많은 이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도 전에 건강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봤다. 밤을 새워 일하고, 식사를 거르고, 운동할 시간이 없다며 자신의 몸을 담보로 사업을 키웠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당뇨 진단을 받거나,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지거나, 번아웃으로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모습을 봤다. 또한 우리 부모 세대가 늘어난 수명의 대부분을 병원과 요양원에서 보내는 현실도 목격했다. 이것이 내가 롱제비티 전문 인스타그램 매거진 ‘롱진‘을 시작하고, 관련 컨슈머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 이유다.우리는 지난 세기 동안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 평균 수명은 극적으로 늘어났고, 100세를 사는 것이 더 이상 신화가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리가 얻은 추가적인 시간의 대부분을 병상에서, 고통 속에서, 의존적인 상태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롱제비티 전문가들은 이를 ‘유병 기간(Sickness Span)‘이라고 부른다. 수명(Lifespan)은 100세까지 늘어났지만, 건강수명(Healthspan)은 70세 내외에서 멈춰버린다. 그 사이 30년이라는 거대한 격차는 단순한 통계적 수치가 아니다. 이것은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한국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에서, 우리는 늘어난 수명이 축복이 아니라 부담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이 격차를 좁히는 것이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다. 사는 내내 건강하게, 기능적으로, 자율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명과 건강수명을 일치시키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롱제비티 혁명이다.운명에서 질병으로: 거대한 관점의 전환이 혁명의 핵심에는 하나의 급진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난 20년간 생명과학의 폭발적인 발전은 노화가 작동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노화의 12가지 특징(Hallmarks of Aging)’이라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곧 개입의 가능성을 의미한다.더 이상 노화는 블랙박스가 아니다. 우리는 염증을 일으키는 좀비 세포(Senescent Cells)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인 세놀리틱스(Senolytics)를 개발하고 있다. 이 좀비 세포들은 더 이상 분열하지 않으면서도 죽지 않고 주변 조직에 염증 신호를 보내 노화를 가속화한다. 이들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동물 실험에서는 수명 연장과 건강 개선 효과가 입증되었다.세포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후성유전학적 리프로그래밍(Epigenetic Reprogramming) 기술은 이미 실험실에서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 연구팀은 쥐의 시신경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노화가 단순히 DNA의 손상이 아니라, 그 정보를 읽는 능력의 손실이라는 그의 이론을 뒷받침한다. 마치 긁힌 CD처럼 정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긁힌 자국을 다시 광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그리고 인공지능은 이 모든 연구를 가속화하며,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가능하게 하는 엔진이 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를 통해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생물학의 난제를 해결했고, 이는 신약 개발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만들고 있다. AI는 우리 각자의 유전자, 라이프스타일 데이터, 바이오마커를 분석해 맞춤형 건강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하지만 이 패러다임의 전환은 단순히 과학적 발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문화적 변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의사가 시키는 대로만 따르는 수동적인 환자가 아니다. 오우라 링이나 애플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종합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질병의 조짐을 수십 년 전에 발견하며,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경영하는 ‘CEO’가 되고 있다. 이러한 과학, 문화, 그리고 상업의 선순환은 이제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강력한 플라이휠(Flywheel)을 만들어내고 있다.👉관련기사: AI, 불멸의 약 찾는다... 하버드 이동현 연구원 “노화는 극복 가능한 질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