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의 딜레마..."금리로 잡을 수 없는 물가, 더 올릴 수도 없는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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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정 2026.09.17 20:47 PDT
워시의 딜레마..."금리로 잡을 수 없는 물가, 더 올릴 수도 없는 금리"
(출처 : 크리스 정)

연준의 긴축 재개와 시장의 역설: 기술주 강세 의미는?
연준은 왜 지금 금리를 올렸나… ‘잃어버린 1년’의 대가
금리로 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 에너지·AI 공급 충격의 딜레마
금리를 올리자 장기금리는 오히려 내렸다… 시장은 무엇을 본 걸까
더밀크의 시각: 연준은 더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

📌 더밀크알파 핵심 브리핑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16일(현지시각)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년 만에 인상을 단행했다. 케빈 워시 의장 취임 후 세 번째 회의에서 나온 이번 결정 직후 2년물 국채금리는 2024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지만 10년물은 오히려 내렸다. 다우지수가 1.3% 빠지는 동안 나스닥 하락폭은 0.37%에 그쳤다. 금리로 제어되지 않는 AI 투자와 에너지 충격 속에서 연준 긴축의 부담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분석한다.

연준의 긴축 재개와 시장의 역설: 기술주 강세 의미는?

연준이 결국 금리를 올렸다.

9월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정책금리 범위는 3.75~4.00%로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긴축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의 그림은 달랐다. 하지만 유가가 다시 치솟고 8월 물가 지표가 '인플레이션의 귀환'을 예고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후 금리인상에 대한 확률은 90%를 넘었고 실제 연준은 금리를 올렸다.

잭슨홀을 기점으로 매파로 돌아선 워시 의장은 단호했다. 그는 회의 직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오늘의 조치는 우리가 이 문제에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의 반응이었다.

상식대로라면 긴축 사이클이 예고된 날 가장 크게 흔들려야 하는 것은 기술주다. 이익이 먼 미래에 몰려 있는 성장주일수록 금리 상승으로 인한 할인율에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다우지수는 1.3%, S&P500은 0.69%가 내렸다. 반면 나스닥은 0.37% 하락에 그쳤다. 채권시장도 엇갈렸다. 연준의 정책 금리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10bp 오른 4.73%를 찍은 반면 10년물은 오히려 내린 것.

기술주는 버티고 경기순환주는 내렸다.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내렸다.

이 엇갈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출처 : 크리스 정)

연준은 왜 지금 금리를 올렸나… ‘잃어버린 1년’의 대가

질문은 여기서 시작한다. 연준은 왜 지금 방향을 틀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년을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의 '잃어버린 1년'이라 봤다. 실제로 연준은 2025년 중반 이후 물가 2%라는 목표를 향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목표를 웃도는 물가는 올해로 이미 6년째다.

연준은 지난해 가을 노동시장의 둔화에 대응해 '보험성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견고했다. 지난해 말 4.5%까지 올랐던 실업률은 4.1%로 내려왔고 채용도 새로 유입되는 노동력을 흡수하고 남는 속도로 이어졌다.

지난주 발표된 지표는 모든 것을 뒤집었다. 8월의 근원 물가는 예상을 상회했고 같은 달 고용도 급증했다. 경기가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는 역설적으로 흘러갔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지자 실질 정책금리가 금리를 내리던 때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실질금리가 낮게 유지되면 경기는 더 뜨거워지고 물가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진다.

여기에 워시 의장에 대한 신뢰 문제도 겹쳤다. 케빈 워시는 금리인하를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취임 전, 금리인하의 타당성을 주장한바 있다. 시장은 이에 채권자경단의 대응으로 답했다.

5월 이후 워시는 첫 두 차례 회의에서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 거의 말하지 않았지만 장기 국채금리는 끊임없이 올랐다.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채권 매도세가 불이 붙은 것이다. 결국 장기물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결국 연준은 이에 답을 해야 했다.

문제는 연준의 이번 결정이 경기 과열에 대한 교과서적 대응으로 읽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금리가 닿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출처 : 크리스 정)

금리로 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 에너지·AI 공급 충격의 딜레마

최근 인플레이션 전망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물가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와 원자재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이란 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물 경제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물류의 핵심 층인 디젤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의 병목이 '정제' 부문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들리는 이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지만 "디젤은 유가가 200달러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젤은 트럭과 중장비를 움직이는 연료다. 기업이 실제로 치르는 에너지 비용이 현재 유가보다 훨씬 높다는 의미다. 실제 이 비용은 이미 운송비와 항공료 인상으로 번지고 있고 디젤발 2차 인플레이션 충격이 전이되고 있다.

또 하나의 힘은 AI다.

WSJ는 AI 인프라 구축이 공급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공급 충격에 대한 대응은 금리가 아닌 공급망의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인상의 경제적 근거가 약하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3개월의 기조적 물가 상승세 자치는 직전 3개월보다 낮았다.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이 경기 과열이 아닌 일회성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를 받치던 가정들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은 지금쯤이면 내려와야 했다. 또한 노동시장이 식으면서 임금과 물가 압력도 줄었어야 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유가는 다시 튀어올랐고 원자재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가를 한참 뛰어넘었다.

고용시장에서는 채용이 다시 증가했고 월가는 기업들이 곧 인력 확보 경쟁에 나서 새로운 비용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금리인상은 새로운 원유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AI 구축도 금리인상으로 늦출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빅테크의 생존경쟁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준이 실제로 식힐 수 있는 대상은 핵심 문제가 아닌 그 나머지 경제다.

(출처 : 크리스 정)

금리를 올리자 장기금리는 오히려 내렸다… 시장은 무엇을 본 걸까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가장 먼저 식는 곳은 어디일까?

기준금리가 가장 빨리 닿는 곳은 신용카드나 자동차 대출처럼 금리가 곧바로 재조정되는 단기 차입 시장이다. 주택담보대출처럼 가계와 기업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비용은 장기 국채금리다.

장기금리는 이미 2007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기 직전인 때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구조적인 이유와 일시적인 이유가 겹쳤다.

연간 이자만 1조 4000억 달러를 쓰는 미국의 방만한 재정으로 미국의 부채에 대한 믿음이 옅어졌다. 낮아진 연준에 대한 신뢰는 채권 자경단의 매도세를 불렀고 결국 이는 장기채 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빅테크가 AI 구축을 위해 조 단위로 투입하는 막대한 자본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는 이에 대한 반작용이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구축은 원자재를 포함한 전력의 병목을 야기할 정도로 수요가 크다. 공급망은 이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이는 결국 가격의 상승과 높은 금리로 이어진다.

여기에 이란의 지정학적 충격이 더해진다. 이미 유가는 7월 저점 대비 50%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중이다. 글로벌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꽉 막혀있고 에너지 충격은 그대로 2차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시장의 반응이다.

정책 금리를 반영하는 단기물은 뛴 반면 성장을 반영하는 장기 금리는 눌렸다. 장기 금리를 형성하는 힘은 세 가지다.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마지막으로 오래 돈을 묶어두는 데 따른 보상인 기간 프리미엄이 그것이다.

장기 금리가 낮아진 원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연준의 긴축이 결국 성장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신뢰의 회복이 그것이다. 그리고 신뢰의 회복은 결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장기채 매수의 이유가 된다. 물론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장기금리에서 쌓인 포지션 정리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 크리스 정)

더밀크의 시각: 연준은 더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이 주목한것은 단 하나였다.

이번 인상이 '보험성 1회 인상'이냐 아니면 '긴축 사이클의 시작'이냐라는 것. 결론은 그 둘 다 아니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연내 한 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부 위원들은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다봤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긴축 사이클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현재 5년물 금리가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만 2년 후, 1조 70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방비를 넘어 미 정부의 최대 지출 항목인 사회보장의 규모도 추월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이미 이란 전쟁을 통해 막대한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 트럼프가 연일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더 높은 금리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1970년대 폴 볼커를 위시로 한 연준이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항해 싸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건전한 재정에 있었다. 당시 미국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0~35%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의 120%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과거의 연준은 정부 재정에 대한 걱정 없이 오직 '물가 안정'만을 위한 강력한 긴축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막대한 부채 상환 부담과 국채 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한다. 운신의 폭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연준의 인상에도 장기 금리의 하락은 결국 이런 모든 상황을 종합하는 지표다.

하지만 결국 위험은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금리의 인상은 공급은 건드리지 못하지만 소비 수요를 타겟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상 직후 나타난 다우의 큰 폭 하락은 이렇게 설명이 가능하다. 다우는 산업재와 금융, 소비처럼 실물경기에 민감한 기업의 비중이 높다.

가장 인상적인 자산은 달러다.

금리인상 시그널 이후 계속 강세다. 올해 한때 96선까지 밀렸던 달러는 수주 만에 100선을 재탈환하며 중요한 레벨로 올라섰다. 달러 강세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긴축이다. 수입 물가를 끌어내려 연준을 돕지만 반대로 수출 기업들에게는 달러 환산 매출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인상에도 장기금리 안정에 보호를 받은 기술주들이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경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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