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냐 소버린 AI냐’… 채승병 교수가 짚은 K-방산 3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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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6.09.17 12:33 PDT
‘팔란티어냐 소버린 AI냐’… 채승병 교수가 짚은 K-방산 3대 과제
채승병 한양대 교수는 AI와 드론 등 첨단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 팔란티어, 안두릴 / 편집=Gemini 활용)

[AI 시대의 방산 테크] 채승병 교수 해설
관점①: 난세의 도래… 평화를 위한 청구서가 날아든다
관점②: AI 혁명은 전쟁과 함께 진행될 수밖에 없다
관점③: 밀리터리 테크 스타트업과 자본의 대이동
한국의 특수한 상황: 새로운 기회와 도전
더밀크의 시각: 국가·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3대 과제’

1990년대 이후 30여 년간 이어진 ‘평화 배당’의 시대는 끝났다. 세계는 그동안 미뤄뒀던 안보 비용의 청구서를 한꺼번에 지불하고 있다.
채승병 한양대학교 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이스라엘 간의 공습,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내전까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초 냉전 종식과 함께 압도적인 패권국으로 부상, 세계 평화를 유지했던 미국 일극 체제가 흔들리면서 세계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는 게 채승병 한양대학교 교수의 분석이다. 채 교수는 KAIST에서 물리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복잡계와 미래기술 트렌드를 연구한 기술 전문가다. 특히 국방TV 고정 패널로 활동하며 방산 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구체적인 숫자로 뒷받침된다. 2025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8870억달러(약 3990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로 16년 만에 최고 부담률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독일, 인도, 우크라이나, 일본의 방위비가 급증하며 군비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7일 진행된 더밀크 웨비나 연사로 나선 채 교수는 AI와 드론 시대에 전개되는 방위산업 전반의 변화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 △난세의 도래 △AI와 전쟁의 결합 △밀리터리테크(MilTech) 자본 대이동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글로벌 방산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이런 시기일수록 자주 국방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도 강조했다.

관점①: 난세의 도래… 평화를 위한 청구서가 날아든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군사비는 실질 기준 2.9% 증가한 2조8870억달러로 11년 연속 증가했다. SIPRI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세계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은 2.5%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럽의 변화다. 유럽의 국방비는 14% 증가한 8640억달러(약 1194조원)로 냉전 종식 이후 최대 폭으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독일의 변화가 상징적이다. 독일의 군사비는 전년 대비 24% 늘어난 1140억달러(약 157조원)로 그룹 내 최대 지출국이 됐다. 군사비 부담률은 2.3%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채 교수는 “평화에 가장 깊이 젖어 있던 독일마저 재무장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은 이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NATO 회원국들의 방위비 5% 목표, 1500억유로 규모의 SAFE(유럽 재무장) 프로그램도 벤처 투자 증가를 이끌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FY2027 국가안보 예산으로 1조5000억달러(약 2073조원)를 요구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2% 증액된 전례 없는 규모다. 탄약 조달에만 763억달러가 배정됐다. 이는 전년(268억달러)의 2.8배에 달한다. 자율체계 작업반(DAWG) 단일 예산도 546억달러에 이른다. 자율체계 작업반은 AI 기반 무인·자율 무기 체계 및 드론 도입, 전력화를 총괄하는 미 국방부 산하 핵심 조직이다. 

일본은 2027 회계연도 방위성 예산 요구액으로 사상 최대인 8조9000억엔(약 78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무인체계와 AI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7년 국방예산 정부안은 전년보다 8.2% 늘어난 73조2777억원으로, 국방예산이 7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가율도 2007년 이후 최대다. 

이 가운데 무기 도입에 쓰이는 방위력개선비는 13.8% 늘어난 22조711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차지했다. 특히 국방 AI 관련 예산은 전년 1600억원에서 125.6% 급증한 3610억원으로 편성됐다. 채 교수는 이와 관련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그 돈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전 세계의 방위비 급증 추세 (출처 : 채승병 교수)

관점②: AI 혁명은 전쟁과 함께 진행될 수밖에 없다

채 교수는 우크라이나와 이란-이스라엘 전장을 “알고리즘이 매주 갱신되는 라이브 테스트베드”로 규정했다. 

이란 전쟁에서 위성영상 AI 분석, 30~50대 규모의 ‘드론 살보(Drone salvo, 여러 대의 드론이 단일 표적을 향해 동시에 또는 일사불란하게 연속으로 집중 타격을 가하는 공격 전술)’, AI 기반 요격 우선순위 배정 등이 실전에서 검증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학습 데이터 오염이나 센서 기만 같은 ‘적대적 AI(adversarial AI)’ 공격 역시 새로운 형태의 전자전으로 부상했다.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도입으로 과거와는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비용 교환비’의 역전에서 확인됐다. 예컨대 이란, 러시아가 사용한 ‘샤헤드-136/게란-2’ 드론은 대당 2만~5만달러에 불과한 반면, 이를 요격하는 패트리엇 PAC-3 MSE 미사일은 1발에 410만달러, 사드(THAAD)는 1270만달러의 고가다. 

40~80대 1이라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비용 구조가 전쟁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채 교수는 “수만 달러짜리 드론을 수백만 달러짜리 요격탄으로 막는 구조는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저가·대량 체계가 전장을 지배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드론의 부상과 비용 교환비의 역전 (출처 : 채승병 교수)

우크라이나는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드론 제조사는 2022년 10개에서 500개 이상으로 늘었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연간 드론 생산량이 1000만 대에 이르며 이를 2000만 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수치는 NATO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연간 군용 드론 생산량은 우크라이나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밀유도무기 시장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채 교수는 “수십만 달러짜리 전통 정밀유도무기 대신 상용 반도체(SoC) 기반의 소형 AI 모듈이 저가 드론을 ‘스마트 무기’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50달러 AI 모듈이 전장에 등장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흐름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중국 DJI는 세계 민수 드론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란의 샤헤드-136 부품의 약 65%가 중국산으로 추정되며 중국 내 등록·운용 드론은 529만 대(중국 공업정보화부, 2026년 1월 기준)에 달한다. 안티드론 장비 제조사도 3000개 이상이다. 

지정학적으로는 동유럽이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채 교수가 인용한 NIF(NATO 혁신펀드)·딜룸(Dealroom)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부 유럽의 방산 딜 성사 속도는 2020년 대비 2.7배로 빨라졌다. 폴란드·발트 3국·크로아티아는 우크라이나 인접성과 실전 검증 접근성을 기반으로 ‘유럽의 새로운 방산 벨트’로 부상했다. 

로봇·휴머노이드 분야도 국방산업의 핵심 관심사다. 채 교수는 “중국이 이미 로봇 전투 실험 단계에 진입했고, 미국도 로봇 부대 창설과 모의 교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AI 지휘통제 영역에서는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의 AI 기반 ‘전장 운영체제’가 센서-의사결정-타격을 하나의 데이터 계층으로 묶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채 교수는 “동맹(미국)과의 상호운용성(데이터 포맷·API·보안 등급)이 곧 연합작전 능력이 되는 시대”라며 “미국 체계와 호환되지 않는 독자 체계는 ‘고립된 섬’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드론 탐지에서 인공지능 판단과 무기 타격으로 이어지는 흐름 (그래픽 : 더밀크) (출처 : 더밀크)

관점③: 밀리터리 테크 스타트업과 자본의 대이동

벤처투자 흐름도 이런 변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2026년 들어 방산 분야 벤처투자가 기록적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업체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방산 스타트업 벤처투자는 2026년 첫 5개월 만에 146억달러(약 20조원)를 넘어서며 2025년 연간 기록이었던 96억달러를 이미 초과했다. 2020년 16억달러였던 이 시장 규모는 6년 만에 약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흐름을 이끈 것은 주요 기업들의 ‘메가라운드’다. 미국 방산테크 기업 안두릴 인더스트리즈는 2026년 5월 기업가치 610억달러로 평가받는 50억달러 규모의 시리즈H 투자를 유치했다. 2025년 6월 305억달러였던 기업가치의 두 배다. 

2017년 설립된 안두릴이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9년. 팔란티어의 20년과 비교하면 속도가 배 이상 빨라졌다. 안두릴은 투자 유치를 마감한 지 불과 8주 만에 록히드마틴·노스롭그러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약 1000억달러(약 138조원) 밸류에이션을 목표로 신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다. 

독일 방산 AI 기업 헬싱(Helsing)이 유럽 최대 수준인 180억달러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한 것도 밀리터리 테크 분야 메가라운드 투자 트렌드를 보여준다. 딜룸·NATO 혁신펀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방산·안보·회복탄력성 스타트업 투자는 2025년 87억달러로 55% 증가하며 유럽 딥테크 투자의 43%를 차지했다.

안두릴 드론의 현장 데이터가 팔란티어 인공지능으로 연결되는 구조 (그래픽 : 더밀크) (출처 : 더밀크)

한국의 특수한 상황: 새로운 기회와 도전

방산 기술 변화가 한국에 더 중요한 이유는 한국만의 특수한 안보 환경 때문이다. 

채 교수는 특히 북한의 급속한 공격 능력 향상에 주목했다. 채 교수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북한을 새로운 ‘혁신 루프’에 편입시키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 정확도를 원형공산오차(CEP) 기준 500~1500m에서 50~100m로 크게 개선시켰다”고 했다. 

북한이 도시 등 대규모 민간시설을 겨냥하는 대신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대군사 타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공격 능력 향상은 한국의 방공 공백 문제로 이어진다. 서울은 휴전선에서 불과 40km 떨어져 있어 소형 군용 드론의 포화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채 교수는 “현재 한국의 방공망이 드론 포화공격을 막을 수 없는 상태”라며 “2027년 예산에 편성된 드론·대드론 전력 예산 8000억원이 요격탄이 아니라 비용 교환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저가·다층·AI 융합형 대드론 체계에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분야 AI 전환(AX)의 경우 ‘팔란티어 도입이냐, 소버린 AI 구축이냐’는 갈림길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채 교수는 “미군 체계와의 상호운용성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동맹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핵심은 어느 회사의 시스템을 쓰느냐가 아니라 데이터 계층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라고 했다. 인터페이스 표준을 먼저 정의하는 쪽이 궁극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링크 위성 추척 화면 (출처 : 스타링크)

더밀크의 시각: 국가·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3대 과제’

채 교수의 발표가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세계는 평화 배당의 시대를 마감했다. 군은 다시 첨단기술의 첫 번째 고객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는 방산 기술 기업의 부상과 스타트업 투자로 증명되고 있다. 

핵심은 이 흐름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국방예산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비용 교환비를 혁신하는 기술력과 자본의 이동 속도라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 4위권 국방예산 증가율과 세계적 수준의 AI·로봇·반도체 민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둘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통로다.

과제①: 정책 당국은 첨단전, 전자전으로 변화되는 전쟁 양상에 대비해 교전당 수백 달러 수준의 저가·다층 대드론 체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산·외산을 동일 조건에서 겨루게 하는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미국처럼 전투실험을 통과한 기술이 곧바로 조달로 이어지도록 하는 실증-조달 간 자동화된 연결 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과제②: 산업, 기업 측면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탈중국화 흐름에서 한국이 구축한 제조업 역량을 방위산업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의 급부상에 흔들린 독일이 군사비를 끌어올린 것도 자국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 방산 분야에서 기회를 창출하려는 의도다. 

한국 방산 대기업(한화·LIG·현대·대한항공)과 CVC(기업형 벤처투자)는 관련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학·연구소는 로봇·물리AI의 데이터를 군과 공동 생산하는 식의 유연한 연구 접근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과제③: 반면 AI, 소프트웨어, OS(운영 체제)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국방력은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 MSS)’과 안두릴의 ‘래티스(Lattice) 플랫폼’ 같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OS 위에서 극대화된다. 무기(하드웨어)를 연결하고 지휘할 AI 시스템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무기 자체의 강력함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먼저 미군 호환 데이터 계층 위에서 모듈 단위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 현재 시스템 위에 올라탈 필요가 있다. 이렇게 방산 소프트웨어 부문의 경쟁력을 구축한 후에는 국방 AI 예산에서 하드웨어가 70%를 차지하는 현재의 구조를 소프트웨어·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판 메이븐, 래티스 시스템이 출현할 수 있도록 정책과 자본이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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