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AI’로 진화... CES2026 혁신상으로 본 3대 기술 격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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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11.07 15:13 PDT
‘물리적 AI’로 진화... CES2026 혁신상으로 본 3대 기술 격전지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JLG의 로봇 기반 ‘붐 리프트’ (출처 : JLG, 편집=Gemini)

[CES2026 혁신상 분석]
데이터로 본 3대 혁신 분야: AI·디지털 헬스·모빌리티 수상작 최대
트렌드①: ‘피지컬 AI’로의 진화 시작됐다
트렌드②: ‘모든 산업을 위한 기술’... CES의 B2B화
트렌드③: K-혁신, 최고 무대를 점령하다: 역대급 성과와 의미
2026년 1월, 거대한 기술·산업 트렌드 변화를 확인하라

‘2026년 기술 및 산업 트렌드는 어떻게 전개될까?’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5일(현지시각) 발표한 ‘CES 2026 혁신상(Innovation Awards)’ 수상작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2026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본 행사에 앞서 전 세계 기술 트렌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리보기가 공개된 것이다.

CTA에 따르면 올해 CES 혁신상에는 3600개 이상의 출품작이 접수되며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총 36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선정된 이번 혁신상 발표에서 드러난 핵심 트렌드는 ‘피지컬 AI(Physical AI, 물리적 AI)’로의 진화 움직임, CES의 B2B화 및 관련 기술의 부상, 한국 기업들의 역대급 선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게리 샤피로 CTA CEO는 “이번 CES 혁신상 프로그램의 기록적인 성과는 놀라운 혁신 속도를 반영한다”며 “매년 우리는 기술을 통해 현실 세계의 과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의 창의성과 과감한 사고에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스캔앤고(Scan&Go) (출처 : 두산로보틱스)

데이터로 본 3대 혁신 분야: AI·디지털 헬스·모빌리티 수상작 최대

가장 많은 출품작이 몰린 분야는 AI, 디지털 헬스, 지속가능성 및 에너지 부문이었다. 이는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 거대한 AI의 물결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기술이 인류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중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상 수상작 숫자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확인된다. 더밀크가 11월 5일 기준으로 CES 2026 홈페이지에 공개된 혁신상 수상작 총 318개를 카테고리별로 집계한 결과(복수 영역 수상작 포함) AI 부문이 39개로 가장 많은 수상작을 배출했다. 

디지털 헬스 부문은 35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으며 지속가능성 및 에너지(22개) 부문 역시 4위를 차지하며 이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이 시도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출품작이 몰린 3대 카테고리에는 속하지 않지만 ‘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Vehicle Tech & Advanced Mobility)’ 부문은 총 25개의 수상작 배출, 디지털 헬스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수상작을 냈다. 출품작 수는 지속가능성 분야 보다 적었지만, 수상작은 더 많은 ‘핵심 카테고리’였다.

이는 스마트폰 이후 하드웨어 혁신의 중심이 모빌리티로 이동, 상업화 시도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기차와 배터리, 자율주행 기술,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차량 기술 및 첨단 모빌리티 분야는 R&D 투자 규모, 혁신의 질과 밀도 면에서 CES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 중 하나임을 재확인했다.

트렌드①: ‘피지컬 AI(Physical AI)’로의 진화 시작됐다

올해 혁신상의 가장 강력한 신호는 ‘성장률’ 데이터에서 나왔다. CTA에 따르면 로보틱스(32%)와 드론(32%) 카테고리 출품작이 전년(CES 2025) 대비 가장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AI(29%)가 그 뒤를 이었다.

AI, 로보틱스, 드론. 이 세 분야가 동시에 30% 내외의 폭발적 성장을 보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AI가 ‘뇌(Brain)’ 역할을 한다면 로보틱스와 드론은 ‘신체(Body)’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 후 관련 기술, 산업 트렌드를 휩쓸었던 소프트웨어 기반 ‘생성형 AI’가 그 지능을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구현하는 ‘임바디드 AI(Embodied AI, 육화된 AI)’ 또는 ‘물리적 AI(Physical AI)’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다. 

결과적으로 CES2026은 단순히 더 똑똑한 챗봇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AI 기능을 장착하고 실제 사용자 주변에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과 드론의 경연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지난 2025년 1월 열린 CES2025 기조연설 무대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예측했던 기술 발전 방향성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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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출처 : NVIDIA)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 수상작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AI 기반 자율 이동 로봇 솔루션인 ‘스캔앤고(Scan&Go)’로 AI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두산로보틱스가 대표적 사례다. 

스캔앤고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AMR)을 결합한 플랫폼에 물리정보 기반 AI와 첨단 3D 비전을 적용해 대형 복합 구조물의 표면을 스캔하고 최적의 작업 경로를 생성한 뒤 검사·샌딩·그라인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이다. 물리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피지컬 AI 추세를 반영한 제품으로 평가되는 것.  

둠둠의 드론 수질 샘플링 드론 시스템 ‘하이드로호크(Hydro Hawk)’ (출처 : 둠둠)

한국 스타트업 둠둠(DummDumm Inc.)의 드론 수질 샘플링 드론 시스템 ‘하이드로호크(Hydro Hawk)’ 역시 이 트렌드를 반영한 사례다. 스마트 커뮤니티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둠둠의 드론 시스템은 AI 기반으로 작동하는 드론이 인간을 대신해 수질 샘플을 채취, 분석하는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미국의 특수차량 제작회사 오시코시 코퍼레이션(Oshkosh Corporation)의 자회사 JLG의 ‘붐 리프트(Boom Lift with Robotic End Effector)’도 마찬가지다.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은 이 제품은 전통적인 건설 장비(붐 리프트)에 AI 기반 제어, 다중 센서 인식, 로봇 팔(end effector)을 결합해 용접, 검사, 설치 등 복잡한 고공 작업을 자율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건설 현장이라는 가장 거친 물리적 환경에서도 인간 대신 AI 기반 로봇을 투입하는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CTA의 존 켈리 부사장(왼쪽부터), 킨제이 파브리치오(Kinsey Fabrizio) 회장, 게리 샤피로(Gary Shapiro) CEO겸 부위원장이 CES2026의 달라진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CTA)

트렌드②: ‘모든 산업을 위한 기술’... CES의 B2B화

CES2026 혁신상 수상작 선정은 총 36개 카테고리로 진행됐다. 이 중 올해 5개 카테고리가 새로 신설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신설 카테고리는 에듀테크(EdTech), 엔터프라이즈 테크(Enterprise Tech), 영화 제작 및 유통(Filmmaking & Distribution), 공급 및 물류(Supply & Logistics), 여행 및 관광(Travel & Tourism)이다.

신설된 5개 분야 중 ‘영화 제작’을 제외한 4개 분야(교육, 기업, 물류, 관광)는 B2B 또는 B2B2C 서비스 산업으로 분류된다. 과거 CES가 전통적 개념의 일반 ‘소비자(Consumer)’ 가전 중심의 B2C 전시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뚜렷한 방향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의 적용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면서 각 산업 영역(Vertical)을 어떻게 혁신하는지가 더 중요해졌고, B2B 및 산업 기술(Industrial Tech) 전시회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HP 차세대 AI PC 'HP EliteDesk 8 Mini G1a Desktop Next Gen AI PC' (출처 : HP)

킨제이 파브리치오(Kinsey Fabrizio) CTA 회장은 이와 관련, “새로 추가된 카테고리는 신중하게 선별됐다. 교육부터 공급망, 콘텐츠 제작, 여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이 기술 기업임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및 로봇 공학 카테고리의 상당한 성장으로 인해 CES 파운드리(Foundry, 공장)나 LVCC 노스 홀(North Hall) 같은 전시장 구역이 흥미로운 대화, 실제 사용 사례를 보여주는 기술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용 AI 솔루션, 클라우드, 차세대 PC 등이 엔터프라이즈 테크 영역에 해당하며 식스팹(Sixfab)의 ‘ALPON X5 AI 엣지 컴퓨터’ HP의 ‘차세대 AI PC’가 이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AI 혁신이 기업의 생산성 도구로 직결되는 트렌드를 고려한 변화다. 공급 및 물류 부문 신설 역시 로보틱스 분야의 성장 및 물리적 AI 트렌드와 일치한다. 물류 자동화는 AI 로봇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국 스타트업 딥엑스가 개발한 AI 칩이 탑재된 식스팹(Sixfab)의 ‘ALPON X5 AI 엣지 컴퓨터’가 CES2026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딥엑스는 식스팹 제품과 별도로 AI 비전 프로세서, V-NPU 카드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출처 : 딥엑스)

트렌드③: K-혁신, 최고 무대를 점령하다: 역대급 성과와 의미

이번 CES 2026 혁신상 발표에서 돋보인 마지막 트렌드는 한국 기업들의 놀라운 성과였다. 5일 CTA가 발표한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 30개 제품 중 무려 절반(50%)에 해당하는 15개가 한국 기업 제품으로 분석됐다. 미국(6개), 중국(2개), 대만(2개), 캐나다(1개), 일본(1개), 홍콩(1개), 싱가포르(1개), 독일(1개)을 압도하는 수치다.  

최고혁신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CES 혁신상 심사위원단(업계 전문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미디어)이 각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부여해 선정하는 특별한 영예다. 

특히 특정 분야에 집중된 것이 아닌, AI, XR, 핀테크, 사이버보안, 콘텐츠, 스마트시티 등 미래 핵심 기술 전반에 걸쳐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는 건 한국의 기술력과 혁신 동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딥퓨전에이아이의 4D 레이더 인식 아키텍처 RAPA (출처 : 딥퓨전에이아이)

K-혁신의 질적 도약은 딥테크 스타트업의 약진으로 확인됐다.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15개 기업 중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두산로보틱스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기업(73%)이 스타트업 및 중견기업이었다. 

AI(딥퓨전에이아이, CT5), 핀테크(크로스허브), XR(스튜디오랩), 콘텐츠 AI(네이션에이) 등은 글로벌 빅테크들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한국 기업의 혁신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D 레이더 인식 아키텍처인 딥퓨전에이아이의 RAPA는 코어 기술에 해당하며 스튜디오랩의 젠시 스튜디오는 XR 콘텐츠 제작 툴, 네이션에이의 뉴로이드 플레이메이커는 AI 모션 생성 도구다. 

삼성전자 CES2026 혁신상 수상 제품 (출처 : 삼성전자)

미래 보안 시장 선점 가능성을 보여준 삼성전자의 ‘S3SSE2A’의 의미도 크다.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 기술 중 하나로 평가되는 양자컴퓨팅 시대를 대비해 ‘양자내성암호(PQC)'를 하드웨어 칩에 구현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래의 양자 컴퓨터가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위협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하드웨어적 대응책을 제시, 향후 모든 IoT, 모바일, 차량용 디바이스의 표준이 될 수 있는 ‘미래 보안 기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26년 1월, 라스베이거스는 거대한 기술·산업 트렌드의 변화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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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A가 11월 5일 발표한 최고혁신상 수상 제품 중 한국기업 목록 (출처 : 더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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