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이 조직 이기는 시대"…송길영의 생존 경고
[트렌드쇼2026] 송길영 작가
'시대특보 2026: 경량문명의 탄생' 주제로 강연
조직의 가장 큰 변화? "'지능의 범용화', '규모의 균형화'"
판도가 바뀌었다... 광고업계, 밸류체인 3개월만에 단순화
"AI 시대, 기업 가치는 인당 시가총액으로 결정된다”
여러분, 뭐라도 좀 하세요. 지금까지는 취직해서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차리면 되는데 왜 아직도 조직에 있습니까?송길영 작가, 트렌드쇼2026 강연 중에서.
데이터로 시대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가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더밀크 트렌드쇼2026 강연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구성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면서 던진 직설적인 질문이다.
이날 '시대특보 2026: 경량문명의 탄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송 작가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일하는 조직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정말 급한 마음으로 강연에 참석했다. 시대의 특보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띄었다.
이날 송 작가는 2022년 11월 30일 챗GPT 등장 이후 인류 문명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중량문명(Heavyweight Civilization)'의 시대에서 '경량문명(Lightweight Civilization)'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가장 큰 변화는 '지능의 범용화', 그리고 '규모의 균형화'
송 작가는 현재 조직이 직면한 가장 큰 변화로 '지능의 범용화'와 '조직 규모의 균형화'를 꼽았다. "작년까지 AI의 IQ는 100도 안 됐지만, 올해 140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AI는 휴식이 필요 없고, 눈치나 감정적 부담 없이 일을 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경쟁 구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송 작가는 "이제 AI를 활용하는 개인과 그렇지 못한 개인 간의 경쟁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들의 AI 도구 투자 급증이 주목된다. "개인들이 월 2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AI 도구에 과금하기 시작했다"며 "200달러를 낸다는 건 (개인들이) 그만큼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과거 B2B 시장에서만 가능했던 고가 AI 도구가 개인에게 확산되면서, 조직 대 조직 경쟁에서 개인 대 조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판도가 바뀌었다... 광고업계, 밸류체인 3개월만에 단순화
송길영 작가는 개인과 법인의 경쟁 구도 변화를 지적했다. "과거엔 법인끼리, 개인끼리 싸웠다면, 이제 AI로 무장한 개인이 법인 몫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과 법인이 경쟁하면 누가 이기나"라는 질문에 "개인에게 건다. 오버헤드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의 규모는 같은데 비용이 적게 드는 쪽이 이긴다는 설명이다.
실제 여러 산업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송 작가는 광고 산업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광고주-대행사-제작사-플랫폼으로 이어지던 밸류체인이 급격히 단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는 광고주에게 AI 기반 제작 도구를 직접 제공한다. 플랫폼이 광고주와 바로 연결되며 중간 과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 속도는 가파르다. "6월 제 책 광고는 1시간 촬영했는데, 9월엔 촬영 없이 AI로만 만들었다. 감독, 스태프 등 많은 직업이 영향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 법률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학생들이 챗GPT로 과제를 하고, 계약서를 챗GPT에 넣으면 독소 조항을 찾아내고 수정본을 3분 만에 뽑아낸다.
송 작가는 "더 충격적인 건 그 다음"이라며 "작은 로펌이 월 300만원 인턴십을 공고했는데 SKY 출신 50명이 지원했다. 패럴리걸과 어소시에이트가 사라졌다. 챗GPT가 대신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중개업의 위기를 경고했다. "오픈AI가 8분 만에 앱을 만드는 걸 보여줬다. AI 에이전트가 나오면 에이전시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여행사, 부동산, 광고대행사, 보험사 등 모든 에이전시 영역에서 "365일 24시간 200개국 언어로 거의 무료로 상담하는 AI가 등장한다"며 "중개·대행업은 빨리 정리해야 한다.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브랜드 직거래가 뜬다"고 전망했다.
송 작가는 "2022년 10월 챗GPT 출시 후 3년 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며 "초기엔 가능성만 보였지만, 이제 실질적 산업 재편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변화를 이해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며 "새로운 도구를 축복으로 받아들일지, 재앙으로 경험할지 기로에 섰다"고 경고했다.
중량 문명의 종말과 경량 문명의 도래
송길영 작가는 이런 변화를 문명사적 전환으로 규정했다. "개인이 AI로 무장하면 큰 조직과 경쟁할 수 있다. 이게 바로 경량 문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지, 원자재, 제조설비 중심의 중량 문명은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며 "AI·데이터·프로토콜 기반의 경량 문명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조직 문화의 비효율을 '김 부장 시스템'으로 비판했다. 김 부장이 마케팅 계획을 물으면 막내 직원이 모든 작업을 네 번 반복 수정하고, 중간 관리자들은 보고서만 주고받는 구조다. 송 작가는 "이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존재하는 사람은 권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량 문명은 속도와 밀도를 중시한다. 중간 단계를 제거하고 각자가 AI로 무장해 일을 완결하는 구조"라며 "지시·배분·협의·보고 같은 절차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작가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 있다"며 "직책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AI 시대, 기업 가치는 인당 시가총액으로 평가”
송길영 작가는 'AI 전환기'의 가장 파괴적인 변화로 '인당 시총(시가총액 ÷ 직원 수)' 개념의 등장을 꼽았다. "과거엔 규모와 매출이 곧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인원이 적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작지만 효율적인 기업이 대기업을 앞서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텔레그램(30명), 미드저니(40명), 커서AI(20명), 베이스포리폼(1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송 작가는 "1인 기업이 매출 50억 원을 내고 천억 원에 매각됐다"며 "조직이 생산의 전제였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인당 시총이 불러올 구조적 변화를 경고했다. "천재는 더 이상 대규모 조직에 들어가지 않는다. 성과급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소수 정예 기업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송 작가는 "이제 기업 실적 평가 시 매출, 이익, 시총과 함께 인당 효율성이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며 "결국 매출을 늘리거나 인력을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은 채용 현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 쿠팡의 물류 채용 공고는 '3PL 프로세스 소통 담당자'였지만, 올해는 '물류 자동화 담당자'로 바뀌었다"며 "일을 하는 사람에서 일을 자동화하는 사람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 작가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문명사적 전환을 선언했다. "우월한 문명은 이전 문명을 압도한다. 200년간 땅 위에서 산업을 일궜지만, 이제는 클라우드로 이동한다"며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를 거쳐 창의성이 주도하는 경량 문명으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발선은 공평하게 올해"라며 즉각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송길영 작가는
'시대의 마음을 읽는 사람'으로 불리는 송길영 작가는 우리 시대를 가장 독창적으로 관찰하는 소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그는 바이브컴퍼니(옛 다음소프트)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국내 소셜 빅데이터 분석 분야를 개척하고 선도해 왔다. 데이터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 트렌드를 읽어내는 독보적인 통찰력으로 각계각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차세대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삼성, SK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다수의 강연을 진행하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전파해 왔다. 방송을 통한 대중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어려운 빅데이터 개념을 쉽게 풀어내며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최근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을 펴냈다. ‘핵개인’과 ‘호명사회’라는 혁신적인 키워드로 개인에 초점을 맞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소개해온 송 작가의 세번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