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드론은 서울까지 15분... 드론전, 한국 안보를 흔든다
[인터뷰] 채승병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러시아 실전 데이터 받은 북한… 미사일·드론 전력 빠르게 고도화
소형 드론·군집비행 확산… 수도권 방공망의 새 취약점
a16z·안두릴로 몰리는 자본… 방산 경쟁, 부품·공급망까지 확대
“핵으로 핵은 막아도 드론 못 막아”… 한국 국방 AX·조달체계 재설계 절실
상상해보자. 북한의 자폭드론이 휴전선을 넘으면 서울 북단까지 10분, 도심까지 15분 남짓이다. 한국 방공망은 못 잡는다.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5대가 서울 북부 상공까지 들어왔을 때 우리 군은 5시간 넘게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그 사이 북한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장 데이터를 받아 미사일 오차를 20분의 1로 줄이고 드론 생산 라인을 깔고 있다. 과거의 전쟁 기준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전쟁 수행 시스템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 미국-이란전 이후에도 유효한 전략일까?
더밀크는 오는 17일 열리는 스페셜 웨비나를 앞두고 채승병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와 인터뷰했다.
채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드론 전력 변화와 한국 방공망의 취약점, 국방 AX의 과제, 실리콘밸리 자본의 방산 진출을 짚었다. 채 교수는 KAIST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복잡계와 미래기술 트렌드를 연구했고, 국방TV '역전다방' 고정 패널로 무기 기술과 전쟁사를 해설해 왔다.
채 교수는 "북한은 지금 러시아 전장에서 실전 데이터를 통째로 받고 있다"며 "미사일 정확도와 드론 운용 능력이 바뀌는 속도가 한국 제도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러-우 전쟁... "북한은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채 교수는 "북한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정밀도가 러시아의 기술 지도를 거치며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오차 범위가 기존의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개선이 한두 건이 아니라 여러 무기체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봤다.
그가 강조한 대목은 이것이 북한의 자체 개발 성과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쌓은 실전 데이터가 북한으로 이전된 결과다. 미사일을 실제 표적에 쏘고, 상대 전자전에 걸려 빗나가고, 원인을 잡아 고치는 과정을 북한이 러시아를 거쳐 그대로 경험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험장에서는 얻을 수 없는 데이터다. 지형과 날씨, 전파 방해, 요격 시도, 움직이는 표적이 한꺼번에 작용하는 환경에서 무기가 검증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측 발표에서도 북한산 KN-23·KN-24 계열 미사일의 정확도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북한이 2023년 말 이후 약 150발의 KN-23·KN-24를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추산한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 정책을 담당했던 밴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38노스 기고에서 우크라이나의 GPS 재밍에 떨어졌던 KN-23 명중률이 재밍을 극복하면서 회복됐고, 그 경험이 북한에 배치된 미사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드론 이야기로 넘어가자 채 교수의 경고는 더 직접적이었다. 그는 "드론 전력에서는 한국이 오히려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파병의 대가로 북한에 드론 기술과 공장 설비를 넘기고 있고, 그 결과 북한이 러시아 드론 공급망의 한 축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생산량이 아니라 제품의 성격이다. 북한에서 생산돼 러시아 전장에 투입되는 드론은 우크라이나군의 전자전과 요격을 매일 겪는다. 어디서 탐지됐는지, 어느 구간에서 통신이 끊겼는지, 어떤 방식으로 격추됐는지가 설계와 생산에 다시 반영된다. 이렇게 실전 노하우로 튜닝된 기체가 한국을 겨냥할 경우에도 상당한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위성사진에서도 생산시설 확장 정황이 확인된다. 38노스는 평안북도 구성 비행장 동쪽 제조단지에 신축 건물과 지원시설이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 내 드론 생산시설을 포함한 방위산업 시설 공동 구축을 협의 중이라는 정보도 나왔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력 8500명 가운데 400명이 숙련 드론 조종사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무기를 공급하면서 동시에 실전 경험을 얻는 구조에 들어섰다. 채 교수는 이 경험이 향후 한반도를 겨냥한 무기체계에 반영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서울까지 짧은 거리… 소형 드론은 방공망의 빈틈을 노린다
한국 방공망의 구조적 공백도 지적했다.
채 교수는 "한국의 현행 방공 체계가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처럼 크고 빠른 표적을 잡도록 최적화돼 있어 소형 드론을 걸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낮은 고도로 이동하는 소형 무인기나 여러 대가 동시에 접근하는 드론은 탐지와 대응 모두 난도가 높다. 레이다 반사 면적이 작고 지형을 따라 낮게 비행하면 탐지할 수 있는 거리도 짧아진다.
여러 대가 동시에 들어오면 대응 난도는 더 올라간다. 남북 분쟁이 벌어지면 이 빈틈이 혼란을 만드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특히 수도권은 휴전선과 물리적 거리도 가깝다. 드론의 자율비행 능력이 높아지고 여러 대를 동시에 운용하는 군집 기술이 발전할수록 탐지 이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사이버 공격과 통신 교란까지 함께 이뤄질 경우 방공 체계가 받는 부담도 커진다.
채승병 교수는 킬러드론과 군집드론 기술이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장에서 기술을 시험하고 개선하는 주기가 빠르게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전선과 물리적 거리가 짧은 서울은 그 순간 즉각적인 타격권에 들어간다. 탐지 이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사실상 없다. 여기에 이미 검증된 북한의 AI·해킹 기술까지 결합되면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
채 교수가 짚은 두 번째 축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AX(국방 인공지능 전환)가 데이터 활용 제약과 책임 소재 우려 때문에 실질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 AI를 만들려면 작전·장비·영상·센서 데이터가 필요한데 상당수는 보안 체계 안에 갇혀 있어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접근하기 어렵다. 어떤 데이터를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AI가 잘못 판단했을 때 책임을 누가 지는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기술이 있어도 배치되지 않는다.
향후 미국과의 AI 기반 전투체계도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현재 팔란티어 솔루션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과 전시작전을 하기 위해선 미국의 시스템과 발을 맞춰야 하는지,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하는지 딜레마라는 것이다.
그는 이 매듭을 국방부 혼자 풀 수 없다고 봤다. 국회 차원의 제도적 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정치권 논의는 사관학교 통합 같은 다른 의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100대 중 10대만 뚫려도 큰 타격"… 드론전이 바꾼 전쟁 트렌드
채 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는 하루 단위로 수천에서 수만 대의 드론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격추돼도 나머지 10%만 목표에 닿으면 비용 대비 효과가 성립한다.
그가 말하는 드론전의 산술이다. 방어하는 쪽은 매번 거의 다 막아야 하고, 공격하는 쪽은 일부만 통과시키면 된다. 드론이 싸질수록, 요격에 고가 미사일을 쓸수록 이 차이는 벌어진다. 저가 드론을 반복 투입해 상대 방공 자산을 소모시키는 전술이 성립하는 이유이고, 방산업계에서 레이저·전파방해·저가 요격 드론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이 구조 속에서 유럽연합의 재정 지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는 러시아가 이 기회를 이용해 군사적 우위를 굳힐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전장이 우주 영역까지 확장됐다고 봤다. 중국의 위성정보 제공이 미국의 스타링크 지원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정찰, 표적 식별, 통신이 위성 데이터에 얹히면서 어느 나라가 어느 쪽에 위성정보를 주느냐가 전장 구도를 바꾼다. 이 흐름은 미국이 AI·빅테크 기업들에 요구하는 협력의 폭을 더 넓힐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군이 민간 위성과 클라우드, AI 모델에 기대는 정도가 커질수록 정부와 빅테크의 거리는 좁아진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군용에 적합한 형태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다만 중국이 이미 로봇전·무인전에 대비한 시험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 변수로 따로 짚었다.
실리콘밸리 자본, 방산 공급망으로 간다
전쟁 기술의 변화는 투자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는 지난 2022년 '아메리칸 다이나미즘(American Dynamism)' 투자 부문을 출범했다. 항공우주, 국방, 제조업, 공공 인프라 등 미국의 전략 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포트폴리오에는 방산기업 안두릴(Anduril), 군용 드론과 AI 기술을 개발하는 실드AI(Shield AI), 극초음속 무기 기업 캐스텔리온(Castelion) 등이 들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방산 스타트업은 오랫동안 벤처투자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었다. 정부 조달 절차가 복잡하고 제품 개발 기간이 길어 벤처투자의 속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드론과 AI, 자율 시스템, 위성 같은 민간 기술이 실제 전장에 빠르게 적용됐고, 미 국방부도 스타트업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안두릴은 2026년 a16z와 스라이브캐피털, 럭스캐피털, 파운더스펀드 등으로부터 대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국방·안보 스타트업 전체로도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벤처업계와 미국 정부의 거리도 좁아지고 있다. a16z 관계자들은 미국의 기술·산업 정책과 국방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크 앤드리슨 역시 미국 정부의 기술·국방 관련 자문 역할에 참여하며 워싱턴과 접점을 넓혔다. 민간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국방부가 이를 검증·구매하는 구조가 확대되면서 스타트업과 정부 조달을 연결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핵우산 밖의 위협…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안보 개념 자체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채 교수는 "드론 공격에 대한 억지력을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은 핵을 억지하지만, 하루 수천 대씩 날아오는 저가 드론을 핵으로 억지할 수는 없다. 그는 미래전이 미국조차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러시아 전장에서 무기 성능을 고치고 운용 경험을 쌓는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정부와 민간 자본이 드론·AI·부품 공급망에 돈을 넣고 있다. 한국은 보안 규정과 조달 절차, 데이터 제한 때문에 신기술이 실제 전력이 되기까지 오래 걸린다.
채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무기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만큼 얼마나 빨리 고쳐서 다시 내보내느냐가 전력 차이를 만들었다"며 "북한은 지금 그 주기를 러시아 전장에서 직접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이런 조건에서 한국이 취할 방향은 기존의 자주국방 개념을 근본부터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무기를 더 사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막아야 하고 그것을 누가 어떤 데이터와 제도로 막을 것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한국의 국방부와 군은 준비가 돼 있는지. 그 것이 의문이다.
채승병 교수는?
채승병 교수는 KAIST 물리학과에서 복잡계·경제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소(현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 딥테크 전략과 비즈니스 애널리틱스를 가르치고 있다.
물리학을 바탕으로 전쟁사와 무기 기술을 해석하는 전문가로도 활동한다. 국방TV ‘역전다방’ 고정 패널로 과학기술 관점에서 전쟁사를 해설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글랜츠의 '독소전쟁사' 한국어판을 감수했다. 올해 초에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해 무기의 역사를 강연하는 등 방송과 강연을 통해 군사기술과 전쟁사를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더밀크 스페셜 웨비나] 드론이 다시 쓰는 방산의 규칙
채승병 교수는 더밀크 웨비나 '드론이 다시 쓰는 방산의 규칙'에서 이 인터뷰의 논의를 이어간다.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이 한반도 전장에 가져온 변화, 드론전의 경제학, 국방 AX가 움직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AI·방산 기술 흐름이 한국의 자주국방에 던지는 질문을 다룬다.
오는 17일(한국시간) 오전 10시 열리는 이번 웨비나에서는 채 교수를 비롯해, 모리스 구 OVI 벤처스 대표, 크리스 정 더밀크 투자팀장이 참여한다. FPV 자폭 드론과 군집 자율비행, 미·중 드론 공급망 경쟁, 방산테크로 이동하는 자본, K-방산의 기회와 리스크를 기술·전장·투자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웨비나는 무료로 진행되며, 관심있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