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조원 넷플릭스-워너 빅딜: 왜 헐리우드는 테크 기업에 무릎 꿇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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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12.08 09:51 PDT
106조원 넷플릭스-워너 빅딜: 왜 헐리우드는 테크 기업에 무릎 꿇었는가?
(출처 : shutterstock)

[3차 미디어 빅뱅] ② 106조원 빅딜의 배경
스튜디오만 품고 레거시는 버리다... 넷플릭스의 정교한 M&A 구조
스트리밍 둔화·부채 폭탄·OTT 포화… 왜 지금 딜이 성사됐나
막아야 산다: 경쟁사 인수 차단을 노린 넷플릭스의 계산
콘텐츠보다 플랫폼이 강하다: 팍스 넷플리카의 서막

지난 2017년. 넷플릭스의 창업자이자 당시 CEO 리드 헤이스팅스를 인터뷰했다. 테드 사란도스 CEO(당시는 COO)도 만났다. 오늘날 넷플릭스 제국을 만든 투톱이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HBO를 언급했다.

HBO는 '명품 드라마'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HBO는 홈 박스오피스(Home Box Office)의 약자다. 집에서도 HBO를 보려면 유료 방송을 시청하면서도 돈을 더 내야했다. '웨스트윙' '왕좌의 게임' '프렌즈' '빅뱅이론' 등 시대를 대표하는 드라마를 히트시켰다.

그러나 리드 헤이스팅스는 인터뷰에서 HBO를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HBO는 훌륭한 콘텐츠로 케이블 시장을 재정의했습니다. HBO는 위대한 콘텐츠 회사이지만 위대한 테크 회사는 아니죠. 이것이 넷플릭스와 HBO의 차이입니다"고 말했다.

테드 사란도스도 "하우스 오브 카드 이후 사람들이 계속 말합니다. 앞으로 넷플릭스는 HBO처럼 되려는 건가요?' 저는 말합니다. 아뇨, 아뇨, 아뇨. HBO가 넷플릭스처럼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정말 잘하게 되기 전에, 오리지널을 잘하면 됩니다"고 말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시작한 넷플릭스에게 HBO는 넘어야할 큰 산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 후인 2025년, 넷플릭스는 HBO를 사버렸다.

HBO뿐만이 아니다. 해리포터, UC유니버스, 반지의 제왕 등 초대형 글로벌 프랜차이즈, 카사블랑카, 오즈의 마법사, 바람과함께 사라지다 등 클래식, 매드맥스, 매트릭스, 블레이드러너, 바비 등 블록버스터, 소프라노스, 유포리아, 테드 라소 등 드라마 시리즈 등 슈퍼IP를 제작, 보유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의 TV·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부문을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 스트리밍 제국의 탄생… 넷플릭스-워너브라더스 ‘세기의 딜’ 이해하기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는 단순히 전략적 움직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100년간 전세계 문화 예술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헐리우드가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테크 기업 넷플릭스에 의해 정복당한 것이다.

또 글로벌 미디어 지형이 넷플릭스가 표준이 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극장 영화 산업의 붕괴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지속된 '워너브라더스'의 주인 바뀜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한국도 넷플릭스가 인수함으로써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K-콘텐츠에게 이번 딜은 '양적 팽창'의 시대가 끝나고 '질적 생존'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K-콘텐츠는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해리포터나 배트맨 같은 '거대 글로벌 IP'와 공존하거나, 그들이 채워줄 수 없는 빈틈을 파고드는 정교한 포지셔닝이 필요하게 됐다.

더밀크는 넷플릭스의 WBD 인수를 글로벌 미디어 지형의 '팍스 넷플리카(Pax Netflixa)' 시대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이번 딜의 의미와 전망. 그리고 한국 정부 및 K 콘텐츠 산업의 방향을 제언하는 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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